가을비는 촉촉히 내리고
몇일 전 부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더니 이제는 주위에 반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는 상태이다
이렇게 계절은 지난 시간의 화려함과 노출에 등을 돌리고 긴소매의 숨김의 시간으로 달려가고
산사엔 새벽이 오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메마른 풀들을 적시고 처마에 메달린 풍경소리 마저 비에 젖는 새벽이다
아 이 새벽의 적막함이여 떨어지는 낙수물 소리 ... 진하게 배어나는 향 타오름의 내음이여
촛불은 적막함으로 가득한 산사에 숨막힘을 태운다
아 시대는 급변하고 국제정세도 급변하고 정치는 어지럽고 중생의 삶은 더욱 어려워져 양극화로
치닫는 현실이여 물가는 천정부지로 날뛰고 중생은 말없이 허리띠를 조여맨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많은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
단 한자로만 끝이 난다 "돈"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그것만이 최고의 가치인 시대
......... 하기야 춘추 전국시대에도 그러했거늘 제국의 생존을 위해 합종연행이 성행 하던 시절
합종 6국의 재상이 된 "소진" 그가 돈도 벼슬도 하는 일도 없을시에 그의 처도 형제도
그의 형수도 그를 무시했다... 그가 재상이 된 후 형수가 극진히 대하기에 소진은 형수에게 "이전에는
나를 보고 그처럼 오만했었는데 지금은 어째서 공경합니까" 형수는 땅에 얼굴을 뱀처럼 조아리고 사죄하면서
" 이제 시아주버니의 지위가 높고 돈이 많기 때문이요" 했다 한다 이에 소진이 저도 모르게 탄식하며
' 같은 사람인데도 부귀하면 친척들이 두려워하고 가난하면 친척들이 경시한다. 집안식구들도
그런데 하물며 남이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 그때 나에게 땅 한뙤기가 있어 농사에 마음을 붙이고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6국의 재상인감을 허리에 찰 수 있었겠는가'
아 이렇게 돈이 없으면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도 천대를 받는구나 ...... "돈"에 대해서는
과거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무엇이 달라 졌을까마는 공자도 석가도 예수도 열심 일해
부를 이루는 것을 탓하지는 않았거늘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은 "돈" 이 단 한자로
끝장이 나니 허허 천민자본주의 지나 양극화를 지나 목적없는 돈에 대한 불안과 집착의
시대로 접어 들고 있다 "지인의 주장에 따르면 "그래 돈은 죄도 사한다 했다는데 열심 벌어서
자신과 가족의 위해 쓰고 저축하는게 맞는 것이다 그러나 목적과 철학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속인이 "돈" 이 한자에 목을 매더라도 도인은 뭔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먹물 옷을 입었다는 것은 빌어먹는다는 것( 걸식.다른사람의 보시로 사는 삶 )이다 수행과 남다른
생활을 통해 보다 중생에게 홍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리라
도인이 "돈"에 집착하면 부처를 종교를 팔아 먹고 사는 장사치에 불과하지 않을까 ?
뭐 자신이 하는 일은 큰 중생구제를 위한 큰 서원을 위한 방편이라고 말할 것인가 ㅋㅋㅋ
누가 그런 방편을 쓰라고 했단 말인가?
누가 그런 서원을 자신 보고 이루라고 했단 말인가?
가을비가 내리는 새벽에 타오르는 촞불과 향내음을 맞으며 생각에 잠긴다
아 늦게 가더라도 도인은 도인의 길을 가야한다
가다가 못가더라도 도인은 도인의 길을 가야한다
가을 비는 추적추적 내리누나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좀 더 가을 속으로 더 빠져 들어가고 있겠지 ㅎㅎㅎ
비 내리는 날에 "돈"과 "도"와 세상과 속인과 도인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깊어가는 가을날 새벽에 2011.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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