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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풀꽃에게

 족두리풀꽃

 

 

 

 

 

족두리풀꽃에게

                                        - 無垢 -

 

상수리나무 열매 천번을 떨어지고

계곡엔 바람이 불고 얼었다 녹았다

차가운 물 대지를 적신다

 

저마다 화려한 화관과 드레스로 갈아입고서

세상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백이숙제의 화신인양 바람부는

상수리나무 아래 족두리 쓰고 님을 기다린다

 

무거운 족두리 쓰고 낮게 피어서

연지곤지 빛바래 흙색이 되어 가더라도

사랑하는 님이야

기억하리라는 믿음으로 기다리며 향 바람에 날려 보낸다

 

척박한 땅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보고프고 그리움마음 변함없이 족두리 매고서 기다린다

 

낮고 미천하여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리움과 연모에 정은 상수리나무 보다 크다.

 

2014. 4. 14

 

족두리풀꽃은 산속 그늘진 큰나무 아래 자란다. 넓은 잎 하늘을 가리고 화관은 흙색과 비슷하며, 꽃은 땅바닥에 붙어 피어서 바닥에 몸을 붙이지 않으면 꽃을 보기가 힘이 든다.